계란 가격 논란, ‘담합’이 아니라 ‘방역과 생산 기반’의 문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산란계협회에 대한 심사보고서 발송과 함께 계란 가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단순히 ‘가격 담합’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것은 산업 구조와 현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접근일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과 그로 인한 생산 기반의 불안정성에 있다.
1. 수익률 0.8% 산업에서 ‘폭리’는 가능한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산란계 농가의 평균 수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중소 규모 농가의 상당수는 적자 구조에 놓여 있다. 현재 산지 특란 한 판 가격은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가 이하 구조가 반복되는 산업에서 인위적 가격 인상이나 구조적 담합을 통한 초과이윤 확보는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는 생산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다.
2. 가격 상승의 구조적 배경: HPAI와 공급 감소
▪︎2024/25 동절기 고병원성 AI는 전국적으로 47건 발생하였고, 668만 수 이상이 살처분되었다.
●이 중 상당 비율은 예방적 살처분 농가였다.이는 단순한 개별 농가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공급 감소 요인이다. 산란계 산업은 사육 주기 특성상 단기간에 공급을 회복하기 어렵다. 살처분 이후 재입식, 산란 정상화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기본 원리다. 이를 행정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한다.
3. 방역 실패가 아니라, 방역 구조의 한계
• 고병원성 AI는 매년 철새 이동과 연동되어 반복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 방역 체계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발생 농장의 방역 미흡 사례를 보면 출입자 관리, 차량 소독, 전실 운영, 매개체 차단 등 기본 수칙의 반복적 미이행이 확인된다. 이 문제는 개별 농가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표준화된 C&D(청소·세척·소독) 체계와 전문 인력 활용의 미정착이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4. 가격 안정의 해법은 ‘방역 안정’에 있다
▪︎가격을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은 통계상의 안정은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생산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진정한 가격 안정은 다음의 선순환 구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학 기반 방역 표준화 →
발생 감소 →재입식 승인 객관화 →생산성 회복 →공급 안정 →
가격 안정■
☆현재 추진 중인 재난형 가축전염병 발생농가 청소·소독·방제 표준 매뉴얼 구축 사업은 이러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기반 작업이다. ☆
이 사업은 단순한 지침서 제작이 아니라,

발생 농장 C&D 표준화

매개체 통합관리(IPM) 도입

소독 유효성 평가 체계 확립

재입식 승인 기준 객관화
를 통해 산업 전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5. 전문 가축방역위생관리업의 역할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전문 가축방역위생관리업이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충분하지 않다.
향후에는
▪︎표준화된 청소·세척·소독 프로토콜 의무화
▪︎매개체 통합관리(IPM) 체계 도입
▪︎드론 및 ICT 기반 차단방역 확대
▪︎재입식 전 객관적 위생 평가 제도 정착
과 같은 과학 기반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결론
계란 가격 문제를 단순히 ‘담합 여부’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산업의 근본적 리스크를 간과할 수 있다. 현재 산란계 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가격이 아니라 반복적 질병 발생에 따른 생산 불안정성이다.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보다,
질병을 통제하는 구조가 우선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물가 안정은 상충되는 목표가 아니다.
과학적 방역과 생산 기반 안정이 이루어질 때, 두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 있다.
이제는 책임 공방이 아니라,
방역과 생산성이라는 구조적 해법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